이원천의 첫 시조집
'까치밥'(전망·사진)에는 주변의 자연과 삶의 일상이 담담한 얼굴로 모습을 디민다. 그러나 거기서 깨달음 같은 미세한 것이
진동한다.
'가파른 언덕배기 붉게 걸린 가로등/ 세상 저 귀퉁이마다 까치밥은 남아 있다'('까치밥' 부분). 시인은 가로등에서
까치밥을 본다. 도시의 삶은 고단하다. '절망마저 밥'이 되어야 하는 곳. 어쨌든 '부리를 쪼아대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어쩌면 거기에 삶의
등불이 밝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별다른 기교 없이 격조 있는 운율과 절제된 시어 몇 개만으로 삶의 풍경과 세계의 참모습을 드리우는
것이 그의 시다. '들끓는 그리움/ 쏘아올린 폭죽// 사랑은 무릇 저토록/ 애절해야 하느니라.//(…) 불갑사/ 애타는 부처님/ 그쪽으로
돌아앉았다.'('꽃무릇' 부분) 그래서 꽃을 보는 시선에서도 우주적 파장이 있다. 땅에 발 디딘 시는 구도적이나 초월적이지 않다. 다만 드러내지
않으면서 드러나는 묘한 힘이다.
김건수 기자 kswoo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