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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억새길
억새길 -화음 이원천- 가던 길 멈춰 서서 시조 한 수 읊어 본다. 사는 일 신발 한 번 갈아 신지 못한 채 아득한 산정을 향해 수도 없이 기우는 일 꺾어지고 가파른 길목마다 휘청거리며 정상으로 오를수록 속은 자꾸 가벼워져 저물 녘 벼랑 끝에서 구름집을 짓는 바람 한 평원 차지하고 세상을 가꾸고 싶은 그 세월 가운데로 눈보라 흩날려도 억새길 곧은 몸 속으로 이정표 우뚝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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